17년. 한 아이가 태어나 고등학교에 입학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위례신도시 주민들이 위례신사선을 기다린 시간도 그만큼이다. 2008년 광역교통 개선대책에 포함된 이후 민자사업 좌초를 반복하며 '희망고문'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던 이 사업이, 3월 10일 드디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손뼉을 치며 기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예타 통과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위례신도시의 절반을 차지하는 하남 지역은 여전히 이 노선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돌이켜보면 이 성과는 여러 사람의 손이 모여 만들어낸 결실이다. 2019년 김상호 전 하남시장이 '5철 시대'를 선언하며 위례신사선 하남 연장을 제4차 대도시권광역교통시행계획에 포함시키려 애썼고, 이현재 현 시장은 올해 1월 성명서를 통해 정부의 결단을 강력히 촉구했다. 지역 국회의원도 국회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재정사업 전환과 신속 예타 추진을 이끌어냈다. 정파를 떠나 하남의 미래를 위해 한 방향으로 힘을 모은 결과다.
하지만 위례신사선의 진짜 시험은 지금부터다. 현재 확정된 노선은 서울 강남구 신사역에서 위례신도시까지 14.74km 구간이다. 2·3·8호선과 신분당선, GTX-A까지 연결되는 '황금 노선'이 맞다. 문제는 이 노선이 위례신도시 전체를 아우르지 못한다는 점이다. 위례신도시 주민 중 하남 지역 거주자들은 여전히 철도 영향권 밖에 남겨져 있다.
이현재 시장의 지적은 정확하다. "위례신도시 철도 사업비 중 1,256억 원을 하남시 주민들이 부담했는데도 하남 지역만 교통 차별을 받아왔다." 돈은 똑같이 냈는데 혜택은 받지 못하는 구조다. 이것이 공정한가?
위례는 하나의 생활권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서울 송파구, 경기 성남시, 경기 하남시로 나뉘어 있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행정 경계는 의미가 없다. 같은 동네에서 살면서 누구는 지하철역까지 걸어가고 누구는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면, 그것은 명백한 불평등이다.
17년을 기다렸는데 또다시 기약 없는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희망고문일 뿐이다. 예타 통과는 분명 의미 있는 진전이지만, 하남 주민들에게는 여전히 '남의 일'에 가깝다. "이제는 말이 아닌 실행으로 답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제 하남시와 지역 정치권은 '위례신사선 하남 연장'을 제5차 대도시권 광역교통시행계획에 반영시키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이 일은 여당이냐 야당이냐를 따질 문제가 아니다. 하남 시민의 이동권이 걸린 문제다.
현 시장과 지역 국회의원들, 그리고 6월 지방선거 이후 하남시를 이끌어갈 차기 시장. 이들이 정치적 입장 차이를 넘어 하남 연장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힘을 모을 수 있다면, 그것만큼 강력한 추진력도 없을 것이다. 위례신사선 예타 통과를 이끌어낸 협력의 경험이 이미 있지 않은가. 그 경험을 하남 연장에도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
특히 차기 시장은 누가 되든 이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위례신사선 하남 연장은 단순히 전임자로부터 물려받은 숙제가 아니다. 하남 시민 절반의 이동권이 걸린, 미룰 수 없는 현안이다. 취임과 동시에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와의 협의에 속도를 내야 한다.
"착공 시점이 조속히 가시화되지 않는다면 주민들의 신뢰는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명심해야 한다. 17년을 기다린 사람들에게 또다시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말할 수는 없다. 속도와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위례신사선 예타 통과는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진짜 축하는 하남 연장까지 확정되었을 때 해도 늦지 않다. 하남 지역 주민들이 더 이상 '단일 생활권 내 교통 소외 지역'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지 않도록, 지금이야말로 당을 떠나 시민을 위해 뭉쳐야 할 때다.
예타 통과는 시작이다. 하남 연장 확정, 그것이 진짜 마침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