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변화는 언제나 거창한 프로젝트에서만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우리가 매일 지나치던 거리에서, 너무 익숙해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불편을 하나씩 걷어내는 일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최근 하남시가 신장전통시장 주변에서 시작한 전주 철거와 전선 지중화 사업이 바로 그런 변화의 출발점이다.

 

신장전통시장 일대는 오랫동안 원도심의 중심 상권이자 시민들의 생활 동선이 겹치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시장 주변 도로를 올려다보면 거미줄처럼 얽힌 전선과 좁은 보도를 차지한 전신주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단순히 미관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보행로가 좁아 유모차나 휠체어 이동이 쉽지 않았고, 복잡한 전선 구조는 화재나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도 남겨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원도심의 숙원이었다.

 

이번 사업은 그런 요구에 대한 현실적인 답에 가깝다. 약 60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공중 전력설비를 철거하고 지중 전력설비로 전환하는 작업은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전력과 통신 인프라를 동시에 정비해야 하는 쉽지 않은 공정이다. 그럼에도 하남시는 국비와 한전, 통신사와의 협력을 통해 사업을 추진하며 마침내 전주 철거라는 상징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이 변화가 갖는 의미는 생각보다 크다. 전신주와 전선이 사라진 거리에서는 보행 환경이 달라지고, 시야가 트이면서 도시의 인상이 달라진다. 특히 전통시장과 같은 생활 상권에서는 이러한 환경 변화가 곧 상권 경쟁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깔끔한 거리와 안전한 보행로는 시민들에게는 편안한 일상을, 상인들에게는 다시 찾고 싶은 시장의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더 주목할 점은 하남시가 이 사업을 단발성 정비에 그치지 않고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한고 통학로, 덕풍시장 주변, 남한중 통학로까지 이어지는 지중화 계획은 원도심 주요 생활 동선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는 신호다. 도시의 품격은 한 번의 사업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작은 변화들이 이어지며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진다.

 

물론 지중화 사업은 비용이 많이 드는 도시 인프라 사업이다. 그래서 더더욱 행정의 의지와 장기적인 계획이 중요하다. 원도심의 변화가 늘 후순위로 밀려왔던 과거를 떠올리면, 이번처럼 단계적 로드맵을 통해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향은 의미 있는 선택이다.

 

도시는 결국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공간이다. 보행이 편안하고 거리가 정돈될 때 시민들은 그 도시의 변화를 가장 먼저 체감한다. 신장전통시장 주변에서 시작된 전선 지중화가 단순한 공사 하나로 끝나지 않고, 원도심을 다시 살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전신주 하나가 사라진 자리에서, 하남 원도심의 새로운 풍경이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