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곡동 미군 반환공여지 ‘캠프콜번’ 개발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며, 오랫동안 멈춰있던 이곳에 모처럼 개발의 봄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약 25만㎡(7만 5천 평) 부지에 대규모 공연장과 프리미엄 아울렛, 그리고 물류시설을 함께 조성하겠다는 화려한 청사진이 언론보도를 통해 흘러 나온다. 하지만 스타필드 하남의 2배가 넘는 거대한 부지에 그려질 이 밑그림을 두고, 시민들은 진정 하남의 미래를 위한 개발일지 깊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결코 섞일 수 없는 트래픽의 기형적 동거


가장 먼저 제기되는 문제는 단연 '교통'이다. 아울렛, 공연장, 물류시설은 모두 교통 유발의 끝판왕 격인 시설들이다. 주말 내내 꼬리를 무는 쇼핑객의 승용차, 24시간 오가는 대형 윙바디 화물차들, 그리고 주말 공연 종료와 함께 쏟아져 나오는 1만 명 이상의 관람객.


성질이 전혀 다른 이 세 부류의 트래픽이 지하철과도 멀찍이 떨어진 외곽의 좁은 도로망에 한꺼번에 쏟아진다면 어떻게 될까. 대용량 대중교통망 확충이라는 근본적 수술 없이 덜컥 건물부터 올린다면, 하산곡동 일대는 주말마다 동선이 완전히 꼬여버린 거대한 주차장으로 전락할 것이다.


차라리 '교통지옥'이 열리면 다행이다


그러나 냉정한 시장의 눈으로 보면, 세 시설이 모두 흥행하여 교통지옥이 펼쳐지는 상황은 차라리 '배부른 투정'일지도 모른다. 진짜 문제는 이 계획의 '실현 가능성' 그 자체에 있다.


과연 이 척박한 인프라에 사람들이 오긴 할까. 하남 인근은 이미 대형 쇼핑몰의 격전지다. 게다가 중부고속도로 하남 드림휴게소 일대에는 지하철 3호선 연장선과 맞물려 롯데가 주도하는 매머드급 쇼핑몰 계획이 대기 중이다. 압도적인 초역세권 쇼핑몰을 두고 대중교통도 불편한 하산곡동 외곽까지 찾아올 소비자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아레나 역시 마찬가지다. 1만 석 규모의 공연을 기획하는 입장에서 대중교통 연계성은 흥행의 생명줄이다. 지하철역 하나 없는 곳에 덩그러니 놓인 아레나를 굳이 대관할 기획사가 과연 몇이나 될까.

[ AI로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로 실제 조감도와는 상이함 ]

결국 남는 것은 '대형 물류센터'뿐인가


이쯤 되면 합리적인 의심이 고개를 든다. 이번에 선정된 컨소시엄의 주축은 다름 아닌 물류회사다. 사업자 입장에서 가장 확실하게 돈이 되는 것은 공연장도, 아울렛도 아닌 '물류'다.


시민들이 진정 두려워해야 할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것이다. 화려한 조감도로 인허가를 통과한 뒤, "시장 상황 악화"를 핑계로 상업·문화 시설의 착공을 미루거나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캠프콜번 부지는 당초 계획보다 비대해진, 대형 트럭들만 매연을 뿜으며 오가는 거대한 물류 하역장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는 인근 주민들에게 영구적인 고통을 안겨줄 뿐만 아니라, 하남시 외곽의 향후 발전 가능성마저 가로막는 거대한 장애물이 될 것이다.


명분과 실리가 억지로 타협한 '기형적 조감도'


왜 이런 비현실적인 청사진이 그려졌을까. 하남시장의 공약인 'K-스타월드'에 억지로 구색을 맞추려다 빚어진 무리수는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하남시가 반드시 보여주고 싶은 '명분(공연장)'과, 사업자가 철저하게 계산한 '실리(물류)'를 한 도화지에 타협하듯 구겨 넣다 보니 이런 기형적인 조감도가 탄생한 것이 아닐까.


하남시는 우선협상대상자의 조감도에 취해있을 것이 아니라, 이 사업이 결국 '물류센터 건립을 위한 트로이의 목마'가 아닌지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시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화려하지만 텅 빈 공연장이 아니라, 현실의 시장 논리에 부합하고 인근 주민들의 삶의 질을 해치지 않는 내실 있는 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