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의 유찰. 숫자로는 단 세 글자지만, 그 안에 담긴 하남 시민들의 한숨은 얼마나 깊을까. 2031년 개통을 목표로 한 지하철 9호선 연장, 그리고 송파하남선마저 입찰 불발 사태를 맞으며 하남의 교통 미래가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사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가 김용만 의원에게 전달한 성명서는 단순한 민원이 아니다. 그것은 매일 아침 출근길에서, 퇴근 후 귀갓길에서 체감하는 불편함의 집약이다. 신도시는 만들어졌지만 그곳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약속된 미래가 자꾸만 뒤로 밀려나는 것을 지켜보는 주민들의 심정을 어떻게 헤아려야 할까.
문제의 핵심은 명확하다. 총 2조 9천억 원 규모의 9호선 연장사업, 그중에서도 한강 하부를 관통하는 2공구. 송파하남선 역시 4개 공구 중 2개가 유찰됐다.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진행하는 턴키 방식으로 사업 기간을 단축하려 했지만, 정작 이 사업을 맡을 건설사를 찾지 못하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위험 부담이 큰 공구는 수익성이 낮아 지원이 저조하다." 이는 곧 현재의 사업 구조가 건설사 입장에서 매력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한강 하부를 뚫는 난공사, 불확실한 지질 조건, 예측하기 어려운 공사비 증가 리스크. 이 모든 것을 떠안을 건설사가 없다는 것은, 단순히 업체들이 소극적이어서가 아니라 사업 설계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속도를 내려다 오히려 멈춰 선 격이다. 턴키 방식은 분명 장점이 있다. 설계와 시공을 일괄 발주하면 공기를 단축할 수 있고, 책임 소재도 명확해진다. 하지만 그것은 누군가 그 일을 맡아줄 때의 이야기다. 세 번의 유찰은 이 방식이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증명한다.
그렇다면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같은 방식으로 네 번째, 다섯 번째 입찰 공고를 낸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질까. "기존 방식만 고수하면 사업 자체가 장기 표류할 수 있다"는 경고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경기도와 서울시, 하남시, 남양주시. 네 개의 지자체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라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협력을 넘어선 결단이다. 사업비 현실화, 리스크 분담 구조 재설계, 혹은 공구 재편성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근본적인 재검토에 나서야 할 때다.
김용만 의원이 약속한 '전문가 간담회'와 '정책 협의'가 단순한 형식적 절차로 끝나서는 안 되는 이유다. 지금 하남 시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회의가 아니라, 실질적인 돌파구다. 사업 주체들이 모여 솔직하게 문제를 인정하고, 용기 있게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하남은 오래 기다려왔다. 미사신도시 주민들에게 9호선 연장은 강남·송파 접근성을 확보하는 생명줄이다. 원도심과 교산 3기 신도시를 아우르는 3호선 연장은 하남 전체의 균형 발전을 위한 핵심 인프라다. '2031년 개통'이라는 약속은 단순한 계획이 아니라 삶의 설계였다. 그 약속이 흔들리고 있다.
유찰은 실패가 아니라 신호다. 지금의 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명확한 신호. 이 신호를 어떻게 읽고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하남 교통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시간은 흐르고 있고, 시민들은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