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신도시는 계획된 도시였다. 광역교통대책을 전제로 분양이 이뤄졌고, 주민들은 그 약속을 믿고 삶의 터전을 옮겼다. 그러나 2008년 광역교통개선대책 확정 이후 17년이 지난 지금, 위례신사선은 아직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 계획은 있었지만 실행은 없었고, 기다림은 주민들의 몫이었다.


그 사이 위례 주민들은 결코 무임승차를 하지 않았다. 위례신사선과 위례트램을 포함한 철도 사업비로 총 5,470억 원을 분담했다. 문제는 2024년 위례신사선 민자사업이 최종 유찰로 결렬되며, 그 기다림이 더 이상 ‘과정’이 아닌 ‘방치’로 느껴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정부 정책을 신뢰했던 주민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특히 위례 하남시 지역의 현실은 더 냉정하다. 위례신도시는 단일 생활권이지만, 교통 여건은 결코 동일하지 않다. 위례 하남 주민들은 열악한 버스 중심 교통에 의존하며 장기간 불편을 감내해왔다. 그럼에도 하남시 주민들은 위례 철도 사업비 중 1,256억 원을 부담했다. 비용은 냈지만 노선에서는 빠졌다. 같은 위례라는 이름 아래에서 교통 접근성의 격차가 구조적으로 고착된 셈이다.


이현재 하남시장이 최근 위례신사선 예비타당성조사 통과를 촉구하며 성명서를 낸 배경도 여기에 있다. 하남시는 그동안 국토교통부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등 중앙정부를 상대로 36차례 이상 위례신사선의 신속 추진과 하남 연장을 건의해왔다. 1만 8천 명이 넘는 주민 서명, 전문가 토론회, 위례공통현안위원회의 공식 건의까지 거쳤다. 절차와 형식, 명분을 모두 갖춘 요구였다.


그럼에도 위례신사선 논의에서 하남 연장은 늘 ‘다음 문제’로 밀려왔다. 그러나 지금 이 사업은 단순한 노선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분담과 혜택의 불균형, 약속과 이행의 괴리, 계획도시 행정에 대한 신뢰의 문제다. 하남 연장은 특혜가 아니라 조정이며, 추가 요구가 아니라 최초 약속을 바로잡는 과정에 가깝다.


위례신사선은 현재 신속 예타 대상으로 지정돼 최종 평가를 앞두고 있다. 이제는 결론을 미룰 이유가 없다. 예타 통과를 통해 사업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동시에 하남 연장을 제5차 광역교통시행계획에 반영하는 것이 합리적인 수순이다. 도시를 나누지 말고 생활권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원칙 말이다.


행정은 숫자 이전에 신뢰의 문제다. 비용을 함께 부담한 주민이 결과에서는 배제되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다음 정책을 누가 믿겠는가. 위례신사선의 조속한 추진과 하남 연장은 특혜의 문제가 아니라, 달라진 현실과 명백한 형평성 문제를 반영한 합리적 보완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미루는 행정이 아니라, 불완전했던 계획을 바로잡을 책임 있는 결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