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시와 남양주시가 한강을 사이에 두고 손을 맞잡았다. 양 시는 최근 ‘한강 수변 친환경 연계 발전 방안’ 용역 보고회를 통해 두 도시를 잇는 ‘친환경 출렁다리’ 건설 계획을 공식화했다. 교각 없는 현수교 형식을 채택해 생태계를 보전하면서 두 지역 시민의 교류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 지자체의 설명이다. 미사경정공원과 남양주 삼패지구를 하나의 관광벨트로 묶어 ‘초광역 협력’의 시너지를 내겠다는 포부도 덧붙였다.


언뜻 들으면 낭만적이고 진취적인 청사진이다. 하지만 이 화려한 ‘수변 관광 시대’의 서막 뒤에서 정작 시민들의 일상은 극심한 교통 정체와 불투명한 행정으로 인해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다.

제2팔당대교는 ‘고압선’에 막혔는데, 그 옆에 ‘출렁다리’라니


현재 하남시민들이 겪는 가장 큰 고통은 출렁다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길’이 막혀서다. 하남과 남양주를 잇는 핵심 인프라인 제2팔당대교(가칭 신팔당대교) 건설 사업은 최근 설계 부실로 준공이 1년 이상 연기됐다. 총사업비 1,076억 원이 투입된 이 사업은 당초 2025년 8월 준공 예정이었으나, 교량 상판이 인근 고압 송전선로와 저촉되는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하남시의회 최훈종 도시건설위원장의 지적은 바로 이 지점에서 뼈아프다. 최 의원은 "고압선에 막혀 대교 개통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인근에 또다시 고압선 영향권인 출렁다리를 놓겠다는 구상은 앞뒤가 맞지 않는 전시 행정"이라고 일갈했다. 당장 시민들의 생존권이 달린 만성적 교통 정체 해소는 뒤로한 채,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관광 시설에만 매몰되어 있다는 비판이다.


‘치적’이라는 이름의 가속도, 그 위태로운 우선순위


유독 최근 들어 하남시의 대형 프로젝트들이 속도를 내는 배경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특정 정치적 주기가 다가올수록 행정은 '보이지 않는 기본'보다는 '눈에 보이는 결과물'에 집착하기 마련이다. 다가올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선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팸플릿의 첫 페이지를 장식할 화려한 조감도가 절실할지 모른다.


전국 250여 개의 출렁다리가 난립하는 상황에서, 과연 하남의 출렁다리가 그만한 희소성을 가질지, 혹은 사업비 조달 계획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투입될 막대한 혈세가 적절한지는 부차적인 문제가 되어버렸다. 최 의원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수십 년 묶인 도시계획도로 민원은 외면하면서, 전시성 사업에 집착하는 것은 행정의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라며 예산 우선순위의 전도를 꼬집었다.


정치인에게는 다리 위에서 찍는 사진 한 장이 성과겠지만, 시민들에게 절실한 것은 막힌 도로가 뚫리고 위험 시설이 정비되는 안전한 일상이다. 행정의 시계가 시민의 삶이 아닌 누군가의 '다음 4년'을 위해 돌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포장된 ‘친환경’보다 절실한 ‘민생 행정’


하남시와 남양주시는 2027년까지 행정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한강 위를 걷는 낭만이 아니라, 출퇴근길의 정체가 풀리고 안전한 생활도로가 확보되는 평범한 일상의 회복이다.


지자체장이 ‘초광역 협력’과 자신의 ‘정치적 성과’에 매몰되어 시민의 실질적인 고통을 외면한다면, 그 어떤 훌륭한 다리도 진정한 의미의 가교가 될 수 없다. 지금 하남시에 필요한 것은 한강 위의 출렁거리는 다리가 아니라, 시민의 삶을 지탱하는 단단한 행정의 토대다. 전시성 시설물 추진을 전면 재검토하고, 제2팔당대교의 조속한 개통 등 산적한 민생 현안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해야 할 때다.